기독교

성경 속 폭력의 문제: 신학적 이해와 현대적 해석

무무1004 2025. 2. 10. 07:00

성경 속 폭력의 문제: 신학적 이해와 현대적 해석

1. 들어가는 말

성경을 읽다 보면 전쟁, 심판, 그리고 하나님의 명령에 따른 폭력적인 장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구약성경에서는 하나님께서 직접 이스라엘에게 가나안 민족을 몰아내라고 명령하시거나(여호수아 6:21), 범죄한 자들을 엄격히 처벌하는 모습(레위기 20:10-16)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은 "사랑의 하나님이 어떻게 폭력을 허용하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성경에서 묘사하는 폭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잔혹성과 동일한 것일까요? 혹은 성경이 말하는 폭력의 의미는 현대적인 관점에서 다시 해석될 필요가 있을까요? 본 글에서는 성경 속 폭력의 의미를 신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현대 신앙인들에게 주는 메시지를 탐구해 보고자 합니다.

 

2. 성경 속 폭력의 다양한 유형

성경에서 폭력은 여러 형태로 등장합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폭력을 넘어 도덕적, 영적 차원의 갈등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2.1. 신적 심판으로서의 폭력

성경에서는 하나님의 심판이 폭력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노아의 홍수(창세기 6-9장),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창세기 19장), 그리고 애굽에 내려진 열 가지 재앙(출애굽기 7-12장)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인간의 죄악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으로 해석됩니다.

신학자들은 이를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과 거룩함을 드러내는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존 칼빈(John Calvin)은 "하나님의 심판은 인간의 죄악을 바로잡고 그분의 거룩함을 선포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C. S. 루이스(C. S. Lewis)는 그의 저서 *고통의 문제(The Problem of Pain)*에서 "하나님의 심판은 그분의 사랑과 정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2.2. 이스라엘의 정복 전쟁과 폭력

구약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폭력적 장면 중 하나는 가나안 정복 이야기입니다. 여호수아서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족속을 몰아내고 그 땅을 차지하라고 명령하십니다(여호수아 6:21, 신명기 20:16-18). 이는 단순한 침략전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 성취 과정으로 해석됩니다.

신학자 메러디스 클라인(Meredith Kline)은 가나안 정복을 "거룩한 전쟁(Holy War)"으로 설명하며, 이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역사 경륜 속에서 죄악을 제거하고 새로운 언약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리처드 헤이스(Richard Hays)는 이러한 폭력적인 전쟁이 오늘날 기독교 신앙에서 문자적으로 적용될 수 없으며, 신약을 통해 재해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2.3. 예수님과 신약의 비폭력적 메시지

구약과 달리, 신약에서는 폭력보다 사랑과 용서를 강조하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두드러집니다.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마태복음 5:44)고 말씀하셨으며, 십자가에서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자들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누가복음 23:34). 또한, 사도 바울은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로마서 12:21)고 가르칩니다.

이는 구약의 폭력적 장면들이 신약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통해 재해석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초기 교부였던 터툴리안(Tertullian)은 "그리스도인은 폭력을 사용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며, 초대 교회가 평화와 비폭력적 신앙을 강조했음을 보여줍니다.

3. 성경 속 폭력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성경 속 폭력을 해석하는 데에는 다양한 신학적 접근이 존재합니다.

3.1. 문자적 해석 vs. 상징적 해석

어떤 신학자들은 성경 속 폭력적 장면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다른 이들은 이를 비유적, 상징적으로 해석합니다. 예를 들어, 어거스틴(Augustine)은 가나안 정복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이것이 죄악과의 영적 전쟁을 상징한다고 보았습니다.

3.2. 역사적·문화적 배경 고려

구약 시대의 전쟁과 폭력은 당시 중동 지역의 문화적 배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고대 근동의 전쟁 기록들은 종종 과장법을 사용하였으며, 하나님의 명령으로 이루어진 전쟁도 역사적 상황 속에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3.3. 신약적 관점에서의 해석

오늘날 기독교 신앙은 구약의 폭력을 문자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궁극적으로 사랑과 화해의 하나님이심을 강조하는 방향입니다.

4. 결론: 현대 기독교인에게 주는 메시지

성경 속 폭력의 문제는 단순히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신앙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정의로우시며 공의의 하나님이심을 믿으면서도, 동시에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용서를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우리는 종종 갈등과 폭력의 유혹에 직면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평화의 길을 가르치셨습니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태복음 5:9). 우리는 성경 속 폭력을 올바로 이해하고, 이를 현대적인 신앙 속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결국, 성경은 폭력을 정당화하는 책이 아니라, 인간의 죄악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실현하는 여정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참된 평화와 정의를 이루어가야 합니다.